2024.02.21
2024.02.21p.72그 이후 과정은 나오지 않지만 결말은 불행했다. 조금 더 예측을 해보자면 이 부모님은 자식의 모습을 보는 것이 고통이라고 관심을 끊어 자식의 모습이 사라지게 만들 수도 없었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증오의 마음을 돌리며 자신을 미워하는 모습도 계속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봐도 고통, 안 봐도 고통인 상황. 이런 부모가 최종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무엇이 있었을지는 세상에 자신의 DNA를 복제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이런 세상에서 주인공 시현은 우주의 쓰레기를 치우는 데브리 피커라는 직업과 나름을 처리하는 나름 퇴치사, 그리고 자신의 직업에 대하여 부업으로 강의까지 한다. 시현은 나름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인간이 간절하게 원하는 어떤 것의 형체로 변할 수는 있지만 실제가 아니며 그것이 어떤 식으로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이런 시현에게는 전 세계가 다 알고 있지만 해결할 수 없는 아픔이 있다. 바로 당시 유행하던 장례식에서 문제가 생긴 것.열심히 우주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쉬려던 그녀에게 지구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아영의 유골 위치 추적이 되었다고. 매번 시현에게 가볼 것을 요구했으나 이번에는 부모님이 직접 가신다고 한다. 가서 유골을 못 찾아도 문제이지만 찾으면 거기에 붙어 있는 나름으로 인하여 부모님의 생명이 위험해지게 된다. 물론 이것이 직접 부모님을 죽일 수는 없지만 스스로 그리움에 사무친 이들의 심리를 조절하여 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시현은 부모님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나의 생각나름의 독특한 성질 중 두 가지를 예로 들자면 하나는 우주에 떠다니는 어린 왕자라는 책에 나름이 붙으면 그는 스스로 어린 왕자라고 믿으며 그렇게 행동한다. 또 다른 예시로는 누군가의 유품이나 일기장을 손에 넣는다면 그 사람으로 변한 후 그 사람처럼 행동한다. 물론 새로운 창조라기보다는 생전에 그 사람이 했던 생각과 행동이다. 다만, 어떤 종류이건 간에 인간의 지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관심이 사라지면 어느 순간 그도 사라진다.줄거리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말하듯 인간은 별에서부터 나왔다는 것에서 착안하여 죽었을 때 다시 별로 돌려보낸다는 의식 끝에 우주선에 유골과 유품을 실어서 화성 근처의 납골당으로 보내게 되었다. 무사히 날아갔다면 큰 문제가 없었겠지만 한참 경로를 방송하던 우주선이 갑자기 연락 두절이 되었다. 이에 유가족들은 난리가 났다. 시현이네 가족도 동생 아영이 죽었을 때 이 우주선을 이용했고 이 사건 이후 아직 어렸던 시현이었지만 오로지 아영에게로만 마음이 가 있는 부모님으로 인해 외롭게 자랐던 것이다.위픽시리즈48한국소설전삼혜 작가 소개나름에게 가는 길전삼혜결론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언제나 쾌활한 가족의 모습, 친구의 모습이었지만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섰을 때의 모습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책에 나와 있는 예시로는 어떤 사람들의 자식이 학교 폭력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의 유품에 나름이 붙어 그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름의 생존 에너지는 인간의 지속적인 관심이기에 부모님은 애지중지하며 아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평소에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누군가를 증오하고 급기야 그 마음을 스스로에게까지 돌린다.위픽시리즈 전삼혜 작가의 나름에게 가는 길을 읽고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면 한 가지 결론에 다다른다. 그리움을 어떤 식으로 해소하는 것이 최선일까? 마음을 다해 그리워하는 것과 그 마음이 지나쳐 무언가로 가상의 사랑하는 이를 만들어내는 것. 현재에도 가상으로 생전의 모습을 만들어 대화가 가능한 기술은 가능하다. 둘 중 어떤 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없다. 그래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짧지만 강렬했고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위픽시리즈 전삼혜 작가의 나름으로 가는 길은 얼핏 보았을 때 소중한 누군가를 잃었다면 이런 일이 내게도 일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책장이 점점 넘어가면서 과연 좋기만 할까? 하는 의문이 남았다. 나름이 평소에 가족이 생각하던 모습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눈에 보이는 모습이 아닌 죽은 이의 마음 깊숙한 곳에 남아 있는 그 모습이 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유품 속에는 그의 상념이 새겨져 있으니까.위즈덤 하우스그동안 구매해 놓은 위픽시리즈를 다 읽어서 이번에 다시 리디북스에 들어가서 읽고 싶은 책을 골랐다. 그들 중 첫 번째로 전삼혜 작가의 나름에게 가는 길을 손에 잡았다. 사실 무슨 내용 인지보다 강력하게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한 문장 때문에 선택했다. "간절히 원하면 나름을 만들 수도 있나요?" 나름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문장에서 사무치게 온 맘을 다한 간절함이 느껴져 그 연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막상 읽고 나니 이 간절함은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지만 마음은 더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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