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 황토 메모리폼 베개를 개발한 이에프글로벌 임창수 대표. /더비비드콘텐츠 속 아이템이 궁금하다면1. 가격을 낮추고 시장을 흔들어라초기에 개발했던 황토 베개(왼쪽)와 쑥 베개. /임창수 대표 제공틀에 넣고 그냥 찍어내는 저가 메모리폼은 겉면이 딱딱해지면서 가루날림이 생긴다. 속커버가 꼭 씌워져 있는 이유다. 진양 황토 메모리폼 베개는 메모리폼을 처음부터 크게 만든다. 경화되는 부분은 도려내고 내부의 부드러운 부분만 사용한다. 가루날림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현재공식 온라인몰에서 최저가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베개 커버 소재도 바꿨다. “가장 보편적으로 쓰는 베개 커버는 면인데요. 면이라고 다 같은 면은 아닙니다. 가령 중국산 면은 저렴하고 이집트산 면은 매우 비싼 편이죠. 황토 에어홀 메모리폼 베개 커버에는 텐셀 면을 썼습니다. 텐셀은 흡수성이 뛰어나고 섬유 구조가 매끄러운 친환경 소재죠. 일반 면과 비교하면 단가는 2배 이상 비싸집니다. 그래도 뭔가 한 단계 올라섰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현재공식 온라인몰에서 최저가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진양 황토 메모리폼 베개는 한국인의 체형을 잘 아는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베개다. 침구류와 신발로 이름을 알린 진양산업과 이에프글로벌이 공동 개발했다. 메모리폼 제조 공정에 국내산 천연 황토를 더했다. 황토에서 방사된 원적외선이 두통이나 어깨 결림 완화에 도움을 준다.제품을 출시하기 전, 베개를 한가득 들고 부산 진시장에서 소비자 테스트를 했다. “최근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유명 인플루언서나 블로거를 대상으로 체험단을 모집하곤 하죠. 이미 제품이 출시된 상태에서는 피드백을 들어도 고치기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시장에서 하는 오프라인 테스트가 아주 효과적이에요. 시장 상인이나 소비자분들이 얼마나 가감 없이 얘기해주신다고요.”이지필의 진양 베개 1호가 완성됐다. 가격은 9900원이었다. 다른 기능성 베개의 가격대는 1만3000원대였다. “제품을 공들여 만들고 비싼 값에 파는 건 ‘베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충족하면, 마진을 포기해서라도 빨리 판매한 다음 원가를 절감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죠. 전략은 딱 들어맞았습니다. 출시 후 6개월 만에 월 판매량이 3만~4만개로 뛰었고 홈쇼핑이나 온라인몰 MD에게 입점 요청 연락이 쏟아졌어요.”인제대 의공학과 졸업식 모습. /임창수 대표 제공제품군을 확장할 계획도 세웠다. 황토 메모리폼 소재를 활용할 수 있다면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접이식 매트부터 차량용 목·등받기, 강아지 방석, 기도 방석까지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미 시제품까지 나와서 테스트 중인 상품도 있어요. 일이나 공부에만 ‘집중’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휴식에도 집중이 필요해요. 몸을 편히 누일 수 있어야 비로소 휴식에 집중할 수 있죠. 황토 메모리폼이 그 휴식을 도와줄 겁니다.”/이영지 에디터누웠을 때 경추가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리도록 베개 모양을 잡았다. 다음으로 경도를 정해야 했다. “당시 대부분의 기능성 베개는 딱딱한 편이었어요. 밀도가 높아 오래 쓸 수 있다고 홍보했죠. 가전제품처럼 10~20년 쓸 것도 아닌데,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더라도 사용하는 동안 충분히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JIS 일본 규격에 따라 압축 경도 25%, 6.2(50㎏/m)로 기준을 정했어요. 동양인에게 가장 알맞은 정도의 푹신함이죠.”오프라인과 온라인 시장의 차이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베개는 주로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데요.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분들은 세대를 막론하고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합니다. 알록달록한 베개 사이에서 무채색 베개는 눈에 띄질 않죠. 반대로 온라인몰에서는 무늬가 없는 깔끔한 디자인이 더 인기가 많습니다.”◇IMF가 쏘아 올린 작은 공잠자는 동안 우리 몸은 노폐물을 배출하고 기억을 저장하며 세포들은 회복한다.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잠을 미룰 때가 있다. 건강한 식단으로 밥을 챙겨 먹고 꼬박꼬박 운동을 하면서도, 몸이 피곤하다면 그 원인은 백발백중 ‘잠’이다.특별히 광고는 하지 않았다. 다만 광고에 쓸 비용을 각종 시험에 쏟았다. “상세페이지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수치가 필요합니다. 제품이 인체에 무해한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검증하는 KC 인증을 받았고, 라돈 방출 테스트에서 라돈이 기준치인 4pci(피코큐리)보다 훨씬 낮은 0.19pci(거의 없음)임을 확인했죠. 포름알데히드, 휘발성 유기화합물, 유해 금속 방출량도 정상 수치로 나왔습니다.”◇황토와 메모리폼의 만남2. 과감하게 빼고 과감하게 넣어라입사 후 1년 만에 IMF 외환 위기가 닥쳤다. “회사의 매출은 고꾸라졌고 월급은 비트코인 그래프처럼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나중에는 월급이 사라지고 설치·수리 건이 있을 때만 출근해 건별로 임금을 받았어요. 몇 년 만에 정상화되긴 했지만 두려움이 남았습니다. 언제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불안함이었죠.”반복되는 일상 속,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분이 ‘써보니 좋더라’면서 베개를 집에 가지고 왔습니다. 당시 TV 홈쇼핑을 중심으로 메모리폼 베개가 유행이었는데요. 꾹 눌러도 금세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신기했죠. 기능성 베개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좋다는 성분만 보면 베개에 넣어볼 생각부터 했다. “한의학에서 쓰는 재료로 만든 한방 베개부터 쑥 베개, 숯 베개까지 만들어봤습니다. 가장 결과물이 좋았던 건 황토 베개였어요. 메모리폼을 만들 때 국내산 천연 황토액을 배합해 넣었죠.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두통이나 불면증 완화에도 도움이 되더군요. 그렇게 ‘진양 황토 메모리폼 베개’가 탄생했습니다.” 현재공식 온라인몰에서 최저가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진양 황토 메모리폼 베개. /이에프글로벌고려광전에 재직하며 일본으로 해외 연수를 자주 갔다. /임창수 대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