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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86최신해선디비영업+✅텔레LEGO4989]ㄴ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리며김숨 소설가 추모 기고80년 전, 태평양전쟁 말기. 나무, 집, 가축들, 인간…. 강철비에 대지 위의 모든 것이 불타던 땅 오키나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 수 없던 이 땅에서는 집단 자결이라는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참혹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이 땅의 고작 15~16세이던 소년들의 손에는 폭탄이 들렸습니다.“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이사야 2, 4.) 아둔한 인간은 그러나 보습을 쳐서 칼을 만들고, 낫을 쳐서 창을 만들었습니다. 예수님의 새 계명인 사랑 대신 증오를, 평화 대신 전쟁을 선택했습니다.불과 하루 전인 부활 미사 때 나하의 아사토성당에서는 강철비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자식을 낳고, 그 자식들이 또 자식을 낳고, 그 자식들이 자라서 낳은 사내아이의 세례식이 있었습니다. 그때 오키나와에서 3명 중에 1명만 살아남았음을 생각하면 사내아이의 탄생과 세례식은 제게 놀라운 기적이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신자들은 서로의 평화를 빌어주며 부활 축제를 즐겼습니다. 종전 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삶을 이어나갔습니다. 일본군, 미군, 주민, 조선인, 그리고 가축의 사체가 뒤엉켜 나뒹굴던 땅에 집을 짓고, 자식을 낳고, 가축을 키우고, 검은 재로 덮였던 밭을 갈아 고구마와 감자를 심으며….지난 20일 부활 미사 때 일본 오키나와 나하 아사토성당. /김숨 소설가부활의 기쁨을 즐겼던 아사토성당을 오늘 다시 찾아갑니다. 십자고상 앞의, 인간들이 피부색과 언어와 국적을 허물고 다 같이 모여 앉아 있던 의자들은 모두 비어 있습니다. 자비를 노래하던 성당 안에는 침묵이 감돌고 있습니다.하느님의 첫 번째 언어라는 ‘침묵’ 속에서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생각합니다. 전쟁 때 존재가 삭제돼 유령으로 떠도는 조선인 군속과 위안부들을 복원해 내고 싶어 오키나와를 찾았습니다. 피해의 땅이자 애도의 땅에서 부활을 맞고, 교황님 선종을 애